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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비 오는 날 회는 금물? 속설, 진짜일까?

by 라킬프에21 2025.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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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회는 금물? 속설, 진짜일까?

"비 오는 날에는 회 먹지 마라." 어릴 적부터 어른들께 심심찮게 들어온 이야기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속설은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며, 많은 이들에게 회 섭취를 망설이게 하는 주된 이유가 되곤 합니다. 과연 이 이야기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사실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신에 불과할까요? 비 오는 날 회 섭취에 대한 오랜 논쟁을 과학적 관점에서 파헤쳐 보고, 그 속설의 진위와 실제 해산물 위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비 오는 날 회 금물' 속설의 유래

이 속설이 생겨난 데에는 여러 가지 추정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의 열악한 유통 및 보관 환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 하수 및 오수 유입: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비가 많이 오면 육지의 하수나 오수가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가 수질이 오염되고, 이에 따라 어패류가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연안에서 잡히는 어종이나 양식 어패류의 경우 이러한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습니다.
  • 어획 및 운반 과정의 위생 취약성: 냉장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비가 오는 날씨가 생선 운반에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운반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상승하고, 외부 오염 물질이 섞여들어가 변질될 위험이 컸습니다. 또한 어부들이 비를 맞으며 작업하는 과정에서 위생 관리가 소홀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 기상 악화로 인한 조업 어려움: 비가 오는 날씨는 종종 바람과 파도를 동반합니다. 이러한 기상 악화는 조업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 신선한 생선을 제때 잡기 어렵게 만듭니다. 또한 기상이 좋지 않으면 어선이 제때 항구에 들어오지 못해 유통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신선도 저하로 이어집니다.
  • 수온 변화 및 활성도 저하: 일부에서는 비로 인해 해수 온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면 어류의 활성도가 떨어져 맛이 없어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위생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습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위생 관리 시스템과 유통 인프라가 미비했기 때문에, 비 오는 날 회를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비 오는 날 회는 금물'이라는 속설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과학적 관점에서 본 '비 오는 날 회 금물' 속설

현대에 들어서는 과학 기술의 발달과 위생 관리 시스템의 발전으로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비 오는 날 회 금물'이라는 속설이 현재에도 유효한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 현대적인 수산물 유통 시스템: 오늘날 대부분의 활어회는 산지에서부터 횟집까지 산소 공급 장치가 갖춰진 수조 차량으로 운반됩니다. 운반 과정에서 수온과 수질이 철저하게 관리되며, 비가 오는 외부 환경과는 거의 단절된 상태로 이동합니다. 또한 횟집에서도 독립적인 수조에서 관리되므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 위생적인 수산물 관리: 어시장이나 횟집, 대형마트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위생 관리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 위생 관련 인증을 받은 곳이 많으며, 정기적인 수질 검사와 위생 점검이 이루어집니다. 칼, 도마 등 조리 도구도 소독하여 사용합니다.
  • 수질 오염의 영향: 비가 와서 하수나 오수가 바다로 유입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양식장이나 어획 구역은 이러한 오염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한 오염된 물이 희석되는 시간과 해류의 흐름 등을 고려하면, 단발성 비로 인해 광범위한 어획 구역의 어류가 즉각적으로 심각하게 오염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오히려 장기간의 해양 오염이나 적조 현상 등이 더욱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 기생충 문제: 비 오는 날이 기생충 감염률을 높인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회를 통한 기생충 감염은 특정 어종에 내재된 기생충(아니사키스 등)이나, 오염된 해산물을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가 오는지와는 무관하게 신선도와 위생 관리가 핵심입니다.
  • 바이러스/세균 문제: 노로바이러스, 비브리오 패혈증균 등의 해산물 관련 질병은 비 오는 날에 더 자주 발생한다는 통계적 근거는 없습니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주로 해수 온도가 18~20℃ 이상으로 상승하는 여름철에 주로 증식하며, 특히 간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해수를 통해 조개류에 축적될 수 있는데, 이는 계절보다는 오염원 관리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유통 및 위생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판매하는 회의 경우, 비 오는 날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선도나 위생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의 경험적 속설이 현대에는 더 이상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3. 그렇다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 신선도와 위생 관리의 핵심

비 오는 날이라는 특정 조건보다는, 회의 신선도와 위생 관리가 언제나 가장 중요합니다. 날씨와 무관하게 신선하고 안전한 회를 즐기기 위한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신뢰할 수 있는 구매처: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어시장, 횟집, 또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들 업소는 수산물 입고부터 보관, 손질, 판매까지 위생 관리에 철저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 수조 상태 확인: 횟집의 수조가 깨끗한지, 물이 탁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활어의 경우 활력이 좋은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원산지 및 유통기한 확인: 포장된 회를 구매할 때는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온도 관리의 중요성: 해산물은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세균 증식을 억제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콜드 체인 시스템: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콜드 체인(Cold Chain)'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 가정에서의 보관: 구매 후에는 가급적 빨리 섭취하고, 보관 시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실온에 오래 방치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 조리 위생: 회를 뜨는 과정에서의 위생도 매우 중요합니다.
    • 청결한 도마와 칼: 생선을 손질하는 칼과 도마는 항상 청결하게 소독되어야 합니다.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식재료와 분리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 조리사의 위생: 조리사의 개인 위생 상태(손 씻기, 청결한 복장 등)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어종별 특성 고려: 모든 어류가 비 오는 날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심해성 어종이나 원양에서 잡히는 어종은 육상 오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반면 조개류나 일부 연안 양식 어종은 수질 오염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해당 어종을 먹을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 고위험군의 주의: 간 질환자, 면역 저하자, 고령자 등은 비브리오 패혈증 등 해산물 관련 질병에 취약하므로, 여름철에는 특히 해산물 섭취에 주의하고 가급적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 개인의 건강 상태 고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생선회를 포함한 날것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4. 결론: '속설'은 '속설'일 뿐

결론적으로 "비 오는 날 회는 금물"이라는 속설은 과거의 열악한 위생 및 유통 환경에서 비롯된 경험적 지식일 뿐, 현대에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발전된 수산물 유통 및 위생 관리 시스템은 날씨와 무관하게 일정한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신선하고 안전한 회를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구매하여 철저한 위생 관리 하에 조리된 회를 섭취하고, 가급적 빨리 먹는 것'**입니다. 날씨보다는 회를 취급하는 업소의 위생 상태, 냉장 유통 시스템, 그리고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판단이 될 것입니다. 궂은 날씨에 창밖을 바라보며 시원한 소주 한 잔에 신선한 회 한 점이 당기는 날, 더 이상 오래된 속설 때문에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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